소유라는 단어를 오랜만에 마주하고, 그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 「 소유 : 가지고 있음. 또는 그 물건 」 곧이어 나의 소유를 떠올렸다. “나는 무엇을 가지고 있을까?” 나의 답변은 다름아닌 책, 옷, 취향의 물건 즉, 유형의것들이었다. 이들은 내가 이따금씩 소유해볼 수 있었다. (그러지 못하는 것들도 있었지만) 그렇다면, 나는 어디로부터 삶의 공허함과 부족함을 느끼곤 했던 것일까? 혼자 여행을 하면서 잠깐 머물고 간 숙소 의자에 앉아, 노트에 이런 말을 적었던 적이 있다. “ 나는 내가 가질 수 없는 걸 가지고 싶어했던 사람일 수도 있겠다.이를테면 무형의 시간, 행복, 경험, 떠나간 과거, 감정 등등... 말이다. 그게 나를 자꾸만 불안하게 하고, 마음 졸이게했다. 조금만 더 하면 가져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고문은 덤이었다. ” 그렇다. 나는 흘러가버린 나의 시간을 갖고 싶었고, 행복을 소유하고 싶었으며, 누군가의 올곧은 감정을 가져보고 싶었다. 이미 내가 가진 젊음과 그리 모나지 않은 마음은 뒤로 한채 말이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과 소유하고 싶은 것의 시선을 따라가니, 내가 그토록 바랐던 것들이 보였다. 동시에 나를 채우지 못한 마음들이 눈에 들어왔다. ‘유형의 물건들을 완전히 무소유 할 수는 없겠지만, 무형의 것들로부터는 가끔무소유를 주장할 필요는 있겠구나..’ 하는 잔잔한 다짐을 더했다. 낯선 여행길에서의 자그마한 다짐은 내게 내려놓음이란 가르침을 주었고, 그 내려놓음은 또 다른 시선을 주었다. 바로 ‘소유’라는 단어가 가진 또 다른 뜻이었다. 「 소유 : 물이 흐르는 대로 따라 내려감 」 내가 지금 수많은 여행길을 떠나는 사람이 된 것처럼, 닳아버린 나의 마음을 끝내 메우고 마는 주변의 사랑과 평화들처럼. 그저 사랑을 담아 물흐르듯 잔잔히 살아가고 싶다. 때론 물길을 거슬러야 할 때도, 원하는 방향을 따라 헤엄쳐야 될 때도 있겠지만, 그 또한 흘러가는 과정이겠지.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를 더 채워주겠지. 그게 나를 또 살게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나는 오늘도 소유하려고 한다. Tip. 숙소 정보 나의 취향이 닿는 것들을 들여다볼 수 있던, 고성의 '오늘바람어때'. Essay by 에디터 유진 @jjinravel 계정의 운영자.여행하며 글을 쓰는 사람이자,혼자만의 느린 시간을 만끽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의 모험가. ※ 사진 클릭 시 계정 링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