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기 위해서 짐을 챙겼다. 여행을 다녀오는 동안 상할 음식은 없을지 냉장고를 들여다 봤다. 나의 여행 전루틴이랄까. 냉장고 문을 닫으려는데 희고도 다홍빛의 무언가가 보였다. ‘아, 맞다. 오늘 아침에 사뒀던 신비복숭아가 있구나.’ 지금 먹기엔 배가 불러서, 고민을 하던 찰나. 오늘의 여행에 함께 하기로 했다. 이 복숭아와. 신비복숭아. 이름부터가 참 귀여운 친구다. 겉은 천도복숭아, 속은 백도복숭아라 신비한 친구라고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고 했다. 아무튼 여느 복숭아들처럼 달달한 냄새가 올라왔다. ‘자르면서 한 입 먹어야지.’ 다짐하며, 먼저 깨끗이 물에 씻어줬다. 작고도 신비로운 이 친구를 한참 보다가, 과도를 가져와 스윽 잘라주었다. 신비복숭아의 설명 처럼 붉은 겉과는 참 다르게 속은 희고도 어여쁜 복숭아였다. ‘참 예쁘다..’ 생각하며, 다른 복숭아들도 먹기 좋게 잘라 주었다. 이따가 맛있게 먹고 즐거워 할 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먹음직스럽게, 제각각 예쁘게 잘린 복숭아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이 먹을 것을 이렇게 정성스레 준비하고,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이 복숭아를 혼자 떠나는 여행길에 먹기 위해서, 신비복숭아와 도시락 상자를 사고, 깨끗이 씻어, 몇 시간 뒤에 먹을 나를 생각하며 하나하나 정성스레 잘랐다. 그리고 나는 이 복숭아를 조심스레, 또 사랑히 나의 여행길에 데려갈 것이다. 그 마음을 생각하니 괜스레 웃음이 나왔던 것도 같다. 나는 오늘 신비복숭아와 함께 경주로 떠난다. 비가 올 수도 있겠지. 더위에 힘겨워 할 수도 있겠지. 그럴 때마다 나는 신비복숭아를 준비하는 나의 정성스런 마음을 떠올릴 것이다. 나에게 맛있고 달달한 것을 맛 보여주기 위해서복숭아를 애정 가득히 준비했던 그 마음으로 여행을 하려고 한다. 가장 먼저, 비가 와도 예쁘다고 하는 찻집 일상차반사로 향해야지. 그곳에선 또 어떤 것을 나에게 정성스레 준비해볼까. Tip. 발길 닿을 찻집 정보 | 경주 일상차반사경주의 차와 경주에서 만들어지는 것들을 소개하는 배리삼릉공원의 두 번째 공간▶ 경상북도 경주시 쪽샘길 8-1https://www.instagram.com/ilsangchabansa Essay by 에디터 유진 @jjinravel 계정의 운영자.여행하며 글을 쓰는 사람이자,혼자만의 느린 시간을 만끽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의 모험가. ※ 사진 클릭 시 계정 링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