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hotography | © UHWA. All rights reserved. 안녕하세요. 혜진입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저는 '가성비'라는 말을 잘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물건을 사는 데 있어서 가격이 1순위가 아니게 된 것이죠. 그러면 가격 생각 없이 물건을 척척 사느냐고요? 여기서 딜레마가 생깁니다. 제 월급은 아주 유한하거든요. (하하) 그래서 저는 그저 값싼 것을 자주 사는 것보다, 가치 있는 것을 가끔씩 사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이런 제가 실제로 자주 들르는 상점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오래도록 소유하고 싶은 제철 아이템을 선보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UWHA 우화, 옥승미 대표님을 소개합니다. 01. 약함이 자랑이 되는 순간 All Photography | © UHWA. All rights reserved. 혜진 : 사실 옥승미 대표님은, 제가 사진 수업을 듣던 사진 작가 선생님이셨는데요. 그렇게 알고 지낸지 몇년 째에 'UHWA'라는 브랜드를 런칭하셨단 소식이 들렸어요. 사진을 하시다가 패브릭과 먹거리를 다루는 일을 하시게 된 서사가 궁금해졌어요. 승미 : 저는 상상하고 표현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상상을 표현할 때 도구만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내가 상상을 하며 사진기를 들면 사진 작가가 되는거고, 조리도구를 들면 먹거리가 되는거고 또 천을 만지면 패브릭 제품이 되는거고요. 그렇게 보면 사실 패브릭과 먹거리 말고 또 다른 카테고리의 무언가를 새로 할 수도 있겠죠. All Photography | © UHWA. All rights reserved. 더불어 헤르만 헤세의 봄, 여름, 겨울, 가을 이라는 책을 매 계절마다 보는데요. 이 책을 통해서 흘러가는 시간이 저에게 전달됨을 느낌과 동시에, 저 또한 사람들에게 이 계절을 잘 전달하고 싶더라고요. 이 때 저는 패브릭이라는 매개체를 선택했고 그 다음이 자연스럽게 먹거리로 이어졌어요. 모두 다 제가 공간을 향유함에 있어서 관심이 있는 것들이에요. All Photography | © UHWA. All rights reserved. 혜진 : 원래도 패브릭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승미 : 사실 저는 피부가 굉장히 예민하고 비염도 있어요. 그래서 어쩌면 우화는 제 약함이 자랑이 된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종종 찾아주시는 고객님들께서, '어떻게 패브릭을 그렇게 잘 고르세요?' 하고 여쭤보시곤 하세요. 저의 이런 약함 때문에 패브릭을 세심하게 고를 수 밖에 없었어요. 패브릭을 잘 고르는 조건은 간단하고 명료합니다. 첫째, 먼지가 없어야 한다. 둘째, 트러블이 절대 나서는 안된다. 저보다 예민한 사람은 잘 못봤거든요. 그래서 제가 쓸 수 있는 건 괜찮은거라는 믿음이 어느정도 있었어요. 실제로 제품 출시 전 최소 한달은 제가 사용해보고 런칭을 해요. 모든 제품은 본질과 쓰임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All Photography | © UHWA. All rights reserved. 혜진 : 본질과 쓰임! 공감해요. 저도 늘 제품 만들 때면, 저의 필요(쓰임)에서부터 스토리가 뻗어나가는 것 같아요. 전 화려한 것 보다는 담백한게 좋고, 유행을 선도하는 것보다는 오래 쓸 수 있는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우화의 제품을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요. 승미 : 그쵸. 가면 갈수록 비슷한 취향을 가진 분들끼리 엮인다는 생각이 들어요. All Photography | © UHWA. All rights reserved. 혜진 : 우화의 제품에는 본질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서, 계절이 주는 푸릇한 이미지가 참 생생하게 느껴져요. 자연을 주제로 한 작업물이 많은 것 같은데, 이유가 있으실까요? 승미 : 저는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아야하는 성격이라, 대학생때부터 뭐든 다 하고 살아왔어요. 멋진 곳도 많이 가고, 훌륭한 것도 많이 보고요. 예전에는 그런 걸 볼 때마다 '와!' 하는 감탄의 마음이 되게 컸는데, 사실 이제는 대단한 걸 봐도 자극이 크게 오진 않더라고요. All Photography | © UHWA. All rights reserved. 대신 언젠가부터 자연이 주는 미세한 감흥이 좋아졌어요. 사람 손을 전혀 타지 않은 것들이 주는, 본연의 아름다움이요. 그 느린 과정들이 제 작업의 영감이 되는 것 같고요. 원래 초창기에 패브릭으로 제품을 전개하다가 전혀 다른 카테고리인 먹거리를 하게 되었지만, 고객님들이 낯설게 생각하시지 않는 이유가 이것인 것 같아요. '계절'이라는 단어요. 그 공통적인 계절이라는 단어 아래에서, 카테고리가 다른 제품이어도 모두 하나로 엮여보이는 것 같아요. 02. 느려서 오히려 좋은 것들 All Photography | © UHWA. All rights reserved. 혜진 : 솔직히 요즘 세상은 빠르게 제품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 하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화는 제철 식재료를 하나하나 정성스레 매만지고, 패브릭 제품들도 한 달 넘게 직접 테스트를 하고, 룩북도 사진부터 영상까지 멋진 퀄리티로 작업을 하고 계세요. 이렇게 느린 작업을 이어가고 계신 이유가 있을까요? 승미 : 저는 기본적으로 천천히 하는 것에 대한 신뢰가 높아요. 너무 빨리 커지거나, 너무 빨리 잘된 사람보다는, 오래 지켜봐왔는데 결국 잘 된 사람이 저에게 영향을 주거든요. 제 평소 생활이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고요. '분명 어딘가에는 나같은 사람이 있을거다. 천천히 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봐주는 분들이 계실거다' 하는 생각. All Photography | © UHWA. All rights reserved. 퇴적의 힘을 믿어요. 천천히 해야만 비로소 깊게 고민이 가능한 것들이 있어요. '지금 이게 왜 안될까?' '다른 방법을 써볼까?'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같은 것들이요. 브랜드에 어떤 위기가 생겼을 때도, 천천히 쌓아간 데이터가 있다면 오히려 대응하기도 수월하고요. 그래서 저는 너무 빨리 커지려고 하면, 오히려 멈춰요. 언젠가 팔로워가 너무 가파르게 늘었던 때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진행하던 소셜 광고를 중단했어요. 하하. 저는 이야기가 있는 가게가 되고 싶지, 그냥 잘 된 가게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03. 상상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 보리수 열매 © UHWA. All rights reserved.벚꽃 피클의 재료 © UHWA. All rights reserved.완성된 벚꽃 피클 © UHWA. All rights reserved. 혜진 : 우화를 제품을 볼 때면, 계절 그림책을 보는 것 같아요. 벚꽃 피클, 아카시아 장아찌 같은 먹거리들은 레퍼런스 서치를 한다고 해서 아이디어가 툭 나오는 게 아닌 것 같거든요. 제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승미 : 저는 상상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우화의 브랜드 이름도 사실 상상이라는 단어에서 연관 짓다가 만들어진거기도 하고요. 얼마 전에 새로 출시한 보리수 잼도 성분부터 서치하거나 레퍼런스를 먼저 찾는다기보다, 그냥 제가 혼자 상상하다가 시작 되었어요. 보리수 잼을 어떻게 맛있게 만들까 테스트 하던 날이었어요. 그 날 제가 평소에 먹던 오일이 옆에 놓여 있었어요. 평소였으면 그냥 보고 말았을텐데, 그 날 그 두개의 맛이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은거에요. ▲UHWA의 보리수 잼※ 사진 클릭 시 제품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혜진 : 오일과 보리수라니... 텍스트로만 보면 상상이 안돼요. 승미 : 그렇죠. 그런데 그냥 넣어봤어요. 보통 실패도 많이 하긴 하는데, 신기하게 꼭 마법처럼 너무 맛있을 때가 있어요. 보리수잼이 딱 그랬어요. All Photography | © UHWA. All rights reserved. 혜진 : 저는 우화의 이런 이야기들이 너무 좋아요. 어떤 브랜드에서도 따라할 수 없는 우화만의 감도요 ! 혹시 이번 여름에 추천해주실 만한 우화의 제품이 있을까요? 승미 : 감사합니다. 아직 출시 전이지만 여름 끝 무렵에 나올 몸 담요와, 먹거리로는 레몬 커피차 추천드려요. 얼음을 넣어 시원하게 먹기 좋아요. ▲ UHWA의 레몬 커피차※ 사진 클릭 시 제품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대표님께 기억에 남는 손님 일화를 여쭤봤어요. 물건을 잘못 보낸던 때의 기억을 떠올리시더라고요. 오배송으로 전화를 해서 죄송하다고 다시 새걸로 보내드리겠다고 사과를 드렸더니, 오히려 돌아온 대답은 '괜찮아요. 그리고 4주년 축하드려요.' 였었다고요. 예상치 못한 축하에 울컥했고, '어쩌면 기분 나쁠지 모르는 이런 상황에서도, 나도 축하를 건네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셨대요. 저는 인터뷰를 진행하지만, 또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이기도 해서 이 말에 함께 울컥했네요. 멋진 인사이트를 나눠주신 승미 대표님께, 그리고 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우화 UHWA 스토어 바로가기